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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높은 집값·생활비에 가주 떠난다

최근 유명 할리우드 스타가 캘리포니아를 떠났다. ‘로이스 & 클라크(Lois & Clark)’의 수퍼맨 역을 맡았던 딘 케인이다. 새 정착지는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케인은 이주 발표 인터뷰에서 “나는 캘리포니아를 사랑한다. 캘리포니아는 가장 아름다운 주다”라며 문제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재정, 범죄, 노숙자 문제에서 정책이 잘못됐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예매체 TMZ의 보도에 따르면 케인은 지난 3월 725만 달러에 집을 내놓았는데 5월 원래 금액보다 100만 달러가 적은 가격에 팔렸다.     현재 라스베이거스에 정착한 케인은 “이주한 것을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며 “아들은 말리부에 살 때보다 라스베이거스에서 10배 더 행복하다”고 밝혔다.     ▶가주 인구 감소세   100년 넘게 증가세를 이어온 캘리포니아 인구가 2022년 최초로 감소했다. 전년과 비교해 13만8400명이 줄었다. 전체인구는 3894만 명이다. 같은 기간 미국 총인구는 늘었다. 2022년 기준, 전년대비 약 0.4%가 증가해 124만 명이 늘어난 총 3억3328만 명을 기록했다.     가주 전체 인구와 비교해 감소 수치는 미미하다. 하지만 한 세기 넘도록 증가를 이어 왔던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의미가 있다. 공식적으로 캘리포니아 인구가 가장 많았던 때는 2020년 1월의 3964만8938명이다. 거의 4000만명에 육박했지만 그 이상을 넘지는 못했다.     가주 인구가 감소한 원인은 다양하다.     첫째는 코로나19의 영향이다. 코로나가 유행하던 2020~22년 사이 사망이 출생보다 많았다. 팬데믹 기간 출산을 기피하고 다수의 코로나 감염자가 숨지면서 사망자가 출생자를 추월했다.     둘째는 이민자의 감소다. 캘리포니아는 전 세계 이민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다. 이미 히스패닉계가 가주 전체 인구의 반수를 넘었다. 아시안에게도 캘리포니아는 인기 높은 정착지다. 팬데믹 기간 중 이민자가 줄면서 주 전체의 인구 감소에 영향을 주었다.     셋째는 자발적인 타주 이동 인구다. 팬데믹 동안 출산율이 떨어지고 이민자가 줄어든 것은 가주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 대부분 주에서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타주 이동은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한 일부 주의 현상이다. 특히 가주의 인구 유출이 두드러졌다. 가주를 떠나 타주로 이동하는 주민의 주요 정착지는 텍사스, 네바다, 아이다호, 오리건 등이다.     가주는 인구가 줄어드는 18개 주에 속해 있으며 감소세는 전국 4위다. 반면 가주 인구의 유입으로 아이다호, 몬태나 등은 인구가 늘고 있다.     ▶타주 이주가 감소 부추겨   이민과 출생·사망에 의한 변화가 아닌 타주 이주로 인한 인구감소는 문제가 있다.     2021년에서 2022년 사이 가주민 40만7000명이 타주로 떠났다. 2020년 이후로 기간을 확대하면 72만5000명으로 늘어난다. 이 기간 타주에서 가주로 신규 유입된 주민은 33만 명 수준이다. 약 40만 명의 인구가 주 사이의 유출입으로 줄어든 것이다. 인구 감소로 2022년 선거부터 가주 연방하원 의석이 53개에서 52개 석으로 줄었다. 역사상 처음이다.   이전 가주는 타주 이주로 인구를 잃어도 이민자로 채워졌었다. 또한 타주 이주자도 최근처럼 많지 않았다.     ▶재택근무로 가주 떠나   코로나19는 이민자 급감을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도심지 주민을 외곽으로 나가게 하는 효과도 가져왔다. 기업들의 재택근무가 늘면서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교외지역 이사가 많아졌다. 이런 추세는 단순히 도심에서 외곽으로의 이동만 부추긴 것이 아니라 타주 이주도 촉진시켰다.     캘리포니아주는 주택가격과 생활비가 비싼 곳이다. 남가주 LA카운티의 평균 주택 가격은 지난해 기준 86만 달러다. 오렌지카운티는 더 높아 100만 달러를 넘는다. 가주에 비해 집값이 저렴한 네바다, 애리조나 등 타주는 이주 선호지역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 설문조사에서 가주를 떠나는 이유로 ‘주택가격’과 ‘생활비’가 1,2위로 꼽혔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늘어 타주에서 캘리포니아 직장 업무를 할 수 있게 됐다. 반드시 직장 근처에 살 필요가 없어졌다. 재택근무는 주로 고학력, 고소득 취업자들에게 많아, 이들의 가주 이탈도 늘고 있다.   고학력자의 타주 이주는 항상 있었다. 그럼에도 인구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UC계와 캘스테이트(CSU) 등 가주가 자랑하는 공교육을 통해 고학력·고소득층을 계속 배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 초년생의 가주 이탈도 많아졌다.     정치적 성향을 이유로 떠나기도 한다. 미국 내 진보 성향 주에서도 선두를 달리는 캘리포니아의 정책에 대한 불만이다. 최근에는 성소수자 권익을 강조하는 주 정책에 반대해 타주로 가는 이주자들도 늘었다.     ▶인구감소로 세수도 손실   인구 유출로 가주의 세수도 크게 줄었다. 타주 이주로 주민 수가 감소하면서 2020~21년 사이 490억 달러의 세수 손실이 발생했다. 탈가주 주민의 상당수는 텍사스와 플로리다주와 같이 세금이 낮은 주로 갔다. 이는 주거난, 생활비 부담, 치안불안 등을 이유로 네바다와 아이다호 등으로 간 주민들과 구별이 된다.     ▶가주 인기는 여전   가주 인구가 줄어 들고는 있지만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가주 재정국 하버드 팔머 디렉터는 “최근 몇년 사이에 가주 인구가 감소하기는 했지만 감소폭은 점점 줄어 들고 있다”며 “확신할 수 없지만 향후 18개월 이후부터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는 인구가 줄어도 아직 미국민 8명 중 1명이 가주민일 정도로 인구파워가 막강하다. 여기에 경제력도 어느 주에 뒤지지 않고, 천혜의 환경은 인구 유입의 큰 동력이다. 인구 감소세에도 아직 캘리포니아의 꿈은 계속되고 있다.   김완신 에디터FOCUS 생활비 집값 캘리포니아 인구 인구 감소세 기간 총인구

2023-06-18

[중앙칼럼] 더 이상 ‘골든 스테이트’가 아니다

LA타임스의 조지 스켈턴은 저명한 칼럼니스트다.    60년간 정치 전문 기자로 현장을 누볐다. 백악관 특파원, 새크라멘토 지국장도 역임했다.    정치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싶다면 스켈턴의 칼럼을 읽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런 유명 기자가 자신이 쓴 글에 대해 실수를 자인했다.   스켈턴은 지난 23일 자 칼럼에서 “잘못을 인정하겠다. 나는 2년 전 이런 글을 썼다”고 털어놨다. 당시 그가 쓴 글은 이렇다.   “부유한 사람들은 오히려 이곳(캘리포니아)으로 오고 있다. 그들은 치솟는 생활비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부자들이 캘리포니아를 떠난다는 정치적 유언비어는 ‘가짜 뉴스(fake news)’다.”   ‘캘리포니아 엑소더스(California Exodus·탈가주)’ 현상을 가짜 뉴스로 단언하며 강하게 부정했던 그가 자신의 논지를 뒤집었다.    스켈턴이 주장을 접은 건 초당파 싱크탱크인 캘리포니아공공정책협회(PPIC)의 보고서 때문이다. PPIC는 지난 21일 캘리포니아 인구 유출에 대한 각종 팩트가 담긴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캘리포니아를 떠난 고소득자(연 소득 13만7500달러 이상)는 총 22만 명이다. 팬데믹 전인 2019년(15만 명)과 비교했을 때 50% 가까이 급증했다.    실수를 인정한 스켈턴은 “황금 거위들이 지금 이곳을 떠나고 있다”며 “이 문제는 부유층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고, 사회복지 정책에 돈 쓰길 좋아하는 민주당 정치인들에게 걱정거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칼럼에서 이러한 추세를 ‘새로운 반전(new twist)’이라고 규정했지만, 인구 유출은 수년 전부터 이미 전 계층에 걸쳐 진행돼왔다.    채프먼 대학 짐 도허티 수석 경제학자는 인구 유출에 대한 추세 분석을 수년간 진행해왔다. 그의 연구팀은 탈 캘리포니아가 갑자기 생겨난 현상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도허티 박사는 “캘리포니아의 인구 순손실은 2011년부터 본격화했다”며 “지금은 인구 유출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2011년은 정치 지형이 바뀐 해다. 당시 제리 브라운 주지사가 취임하면서 캘리포니아는 다시 민주당의 ‘블루 스테이트(Blue State)’로 색이 변하는 시기였다. 이후 개빈 뉴섬 주지사가 배턴을 이어받으며 푸른색은 더욱 짙어졌다.    황금 거위가 푸른 캘리포니아를 떠난 사례는 많다. 일례로 지난 2014년 토런스에 있던 도요타 자동차의 미국판매법인 본사가 탈 캘리포니아를 결정했다. 높은 세금과 기업 규제를 피해 텍사스로 이전하겠다는 발표였다.    이러한 추세는 고소득층, 기업 등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데도 친민주당 성향의 주류 언론이나 연구 기관들은 캘리포니아의 인구 감소를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해 왔다.      그 사이 현실은 냉랭해졌다. 탈 캘리포니아 현상은 각종 문제가 복합적으로 뒤섞여 생겨난 실상이다. 높은 세율과 생활비, 치솟는 주택 가격, 반기업적 정책, 범죄자 처벌 기준 완화, 범죄율 급증, 공권력 약화, 노숙자 증가, 공립학교의 지나친 성교육 커리큘럼, 부유세 추진 등 논란은 한둘이 아니다.    그동안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높은 거주 비용을 ‘날씨 세금(weather tax)’으로 여기며 내심 위안으로 삼아왔다. 문제는 잦은 산불, 폭우 등으로 최근에는 화창한 날씨를 즐기는 일마저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그러자 LA시는 갑자기 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며 식당 등에서 천연가스 사용을 금지하려다 논란이 됐다. 뉴섬 주지사는 기후 변화 문제에 540억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공언했다가 최근 적자 예산이 예상되자 환경 정책을 포기하는 등 오락가락했다.    캘리포니아는 한때 ‘골든 스테이트(Golden State)’로 불렸지만, 그 별칭은 옛말이 됐다. 사람들은 지금 금빛이 사라진 ‘블루 스테이트’를 떠나고 있다. 엄연한 사실이다. 장열 / 사회부 부장중앙칼럼 스테이트 캘리포니아 인구 캘리포니아 엑소더스 블루 스테이트

2023-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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